속상하게 들리더라도 상대는 당신이 어떤 행위를 했는가에 대해서는 쉽게 잊어버린다. 누군가에게 어떤 이타적인 행동을 했든, 어떤 노력을 기울였건, 무엇을 보여주었건 간에 상대는 기억도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떠올려보라. 어렸을 적 부모님이 당신의 생일이나 어린이날에 어떤 선물을 했는지 어디에 데려갔는지. 당신의 반려자가 기념일에 무엇을 선물했는지 무슨 말을 했는지는 잘 기억나지 않는다. 기억하는 것은 대신 ‘당신의 반응’이다. 나름 고민해서 기획한 제안을 무시하던 상사나 클라이언트, 애써서 준비한 이벤트를 냉냉하게 대하던 그 사람, 형제가 다투자 매를 들던 부모님의 모습. 퇴사를 앞둔 사람을 대하는 동료들의 반응. 아주 생생하게 기억할 것이다. 이렇게 우리는 반응을 기억한다(무반응도 반응이다).

하지만 ‘반응’의 속성을 잘 이해한다면 우리는 이를 큰 기회로 활용할 수 있다. 앞서 언급한 사례들은 상대의 반응에 대한 ‘나의 기억’에 관련한 것이다. 여기서 우리가 쉽게 간과하는 것은 반대의 관점, ‘상대의 반응’에 대한 ‘나의 반응’을 기억하는 ‘상대의 기억’이다. 다시 말하면, 나의 반응을 기억하게 될 상대의 생각이다. 이를 과정으로 표현하면 다음과 같다.

[반응과 기억의 과정]
1. My ACTION.
2. His/Her REACTION -> 나에게 기억되는 지점
3. My REACTION -> 상대에게 기억되는 지점.

기억은 행동에서 출발한다. 내가 어떤 행동을 하지 않는다면, 보통 아무런 반응도 기대할 수 없다. 대신 상대방의 행동에 내가 반응하는 형태일 것이다. 내가 어떤 행동을 했다면 상대로부터 반응이 돌아올 것이다. 제안이나 요청이었다면 긍정이나 부정일 것이다. 여기에 내가 다시 반응을 일으킨다면, 상대방 역시 나의 행동을 기억할 것이다.

‘문제는 상대의 거절을 미리 결정하고 반응한다는 점이다’

우리가 행위를 하는 목적은 상대로부터 ‘선택’을 유도하거나 ‘행동’을 촉발하고자 하는 이유일 것이다. 의도를 가지고 행동을 한다는 말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우리는 상대의 ‘반응’을 지나치게 두려워하는데 있다. 상대방이 거절을 할 것이다 라고 미리 짐작하고 나의 행동을 결정한다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반응과 기억의 과정 자체를 소멸시켜 버림으로써 존재하지 않은 사건을 미리 기정사실화하고 거절에 대한 스트레스를 회피하는 반응을 보이는 것이다. 상대의 생각이나 관심, 그가 필요로 하는 상황에 대해서 전혀 알지 못하는 상태로 말이다. 새로운 가능성이라는 이름의 기회는 바로 그 반응 속에 있는데도 말이다. 그만큼 우리는 거절을 두려워하는 것이다. 새로운 지점을 모색하는 사람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그래서 반응을 얻어내기 전의 ‘거절’에 대한 환상을 조정하는 일일 것이다.

거절도 선택 가능할까?

‘거절’이란 단어를 떠올리면 아주 자연스럽게 일단 부정적인 생각부터 든다. 되도록이면 피하거나 빨리 잊고 싶은 안 좋은 경험이 거절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의 일상은 끊임없이 누군가를 설득하고 참여시키는 일이기에 거절은 필수불가결한 동반자이기도 하다. 그래서 거절의 상처로부터 자유로워지고 그 두려움을 넘어선 목적 달성을 갈망하게 된다.

여기에 획기적인 시도를 한 사례를 소개하고자 한다. 거절을 피하는 대신 오히려 거절을 당하기 위해 애쓰는 접근을 선택한 사람이다. 한 두번의 거절 경험도 아프고 싫을 텐데 무려 100번이나 스스로 거절의 경험을 선택한 사람이 있다. 그는 왜 본인 스스로 거절을 선택하고 계속 그것을 반복한 것일까? 거절 경험을 통해서 그가 얻고 싶었던 무엇, 그리고 100번의 거절 연습을 통해 그가 몸으로 체득한 인사이트를 알아보자.

거절 당하기 리스트, 출처: 신세계그룹 공식 블로그 이은영의 선택의 기술
거절 당하기 리스트, 출처: 신세계그룹 공식 블로그 이은영의 선택의 기술

일부러 거절을 스스로 선택한 사나이는 베이징에 살고있는 지아장(Jia Jang)이다. 30대의 아주 유창한 영어를 구사하는 젊은 중국인 청년이다. 그는 학창시절부터 멋진 기업가가 되고 싶었다. 항상 사업 아이템을 구상했으며 그런 경험속에서 바퀴가 달린 신발 롤러브레이드를 생각했고 자신이 사업가가 될 수 있는 멋진 아이디어라는 것을 직감했다. 곧바로 친척 어른께 이 멋진 아이디어를 프레젠테이션을 했다. 하지만 너무나도 어이없게 보기 좋게 거절 당했다. 자신에 넘쳤지만 그 거절의 반응이 너무나도 뼈 아팠다. 가까운 지인도 설득하지 못하는데 일면 안식 없는 사람에게 소개했다가는 처참한 반응을 얻을 것만 같았다. 지아장은 결국 기업가로서의 꿈을 접고 세상이 인정하는 안정적인 길을 선택했다. 정작 친척 어른들은 신발 롤러블레이드를 탈 일도, 관심을 가질 일도 없는 상대였는데 말이다. 그런데, 2년 뒤였다. 로저 애덤스라는 사람이 바퀴 달린 신발이라는 아이디어로 힐리스라는 회사를 창립했다. 지아장의 아이디어와 거의 똑같은 바로 그것이었다. 힐리스라는 회사는 제품 출시 후 기업가치가 1억 달러로 치솟았다. 지아장은 충격에 휩싸였다. 그가 낸 아이디어가 훗날 같은 결과를 낼 수 있었을지는 모르지만 친척이 그 아이디어를 거절했다는 이유로 시도도 하지 않은채 스스로 포기해 버린 것이었다.

공부를 곧잘했던 지아 장은 또래에 비해 높은 연봉을 받는 컨설턴트가 되었지만 못내 기업가의 꿈을 버리지 못했다. 곧 아이가 태어나 가장으로서의 역할이 중요한 시점이었지만 그는 부인에게 6개월의 시간을 약속받고 스타트업 사업에 뛰어든다. 하지만 안정적인 직업을 포기하고 뛰어든 사업의 투자 유치 프레젠테이션에서 그는 또 아픈 거절을 경험한다. 지아장은 서 있을 힘 조차 없었다. 안정된 삶과 직업을 포기하고 선택한 삶이었다. 가장으로서의 부담감에 그는 더 이상 한치 앞으로 나아갈 수 없을 것 같은 불안감에 시달렸다. 내게 남겨진 선택은 무엇일까? 다시 안정된 직업을 찾아 구직광고를 살피고 면접을 봐야 할까, 아니면 다음 투자 기회를 노리며 다른 사업아이템을 구상해야 할까?

하지만 지아장이 주목한 것은 그 너머의 것이었다. 좋은 아이디어 그 자체보다 ‘선택의 두려움 자체’를 넘어서야 한다는 생각이었다. 새로운 도전의 기대보다 두려움에 휩싸인채 삶을 살고 있는 자신이 싫었기 때문이다. 상대의 반응을 지나치게 두려워한 나머지 자신의 도전과 시도를 스스로 위축시키고 회피하는 것이 더 문제라고 생각했다. 그의 선택은 안정된 커리어로의 복귀도, 또다른 스타트업 사업의 시작도 아닌 바로 ‘딱 100번의 거절 당하기 프로젝트’였다. 상대의 반응에 대한 자신의 반응을 통제하고자 하는 것이 목표였다. 거절의 경험을 극복하지 않고서는 그 무엇도 선택할 수 없는 나아갈 수 없는 상태임을 알았기 때문이었다. 100번의 거절당하기 프로젝트의 절차는 아주 간단하다. ‘거절 당할법한 일’을 일부러 꾸미고 보기좋게 거절 당하면 된다. 이 누가봐도 거절당하기 쉬운 일을 100번 반복하면 프로젝트는 완성된다. 예를들면 이런 것들이다.

모르는 사람으로부터 100달러 빌려 달라고 하기
맥도날드 같은 패스트푸드점에 가서 햄버거 리필 받기
아무 집이나 들어가 그 사람 집 뒷 마당에서 축구하기
미용사의 머리 자르기
스타벅스에서 손님 맞이하기
코스트코에서 구내 방송하기

신세계그룹 공식 블로그 - 이은영의 선택의 기술
신세계그룹 공식 블로그 – 이은영의 선택의 기술

한 눈에 봐도 거절받을 것 같은 프로젝트 100개를 꾸몄다. 아니 거절 당할 것이 100% 확실한 100가지 시도였다. 이 프로젝트의 결과는 어떻게 나왔을까? 그의 첫 번째 미션은 모르는 사람으로부터 100달러 빌리기였다. 평소 지나다니던 건물 1층의 경비원에게 돈 빌리기를 지아 장. 당연히 경비원의 대답은 거절이다.

“뭐라고요? 안 되요. 그런데 왜 빌려달라는 건데요?”

지아장은 경비원이 대답을 마치기도 전에

“안 된다는 거죠. 알겠습니다!” (주행랑을 침)

그는 그렇게 경비원의 질문에 대답도 하지 못한채 도망을 간다. 하지만 잠깐 지나서 생각해보니 경비원은 그렇게 강한 반응을 보인 것도 아니었다. 모르는 그 낯선 남자는 돈을 빌려달라는 지아장에게 욕설을 퍼붓거나 비난을 하지 않았다. 그저 안된다고 말하고 (더더욱이 때리거나 무서운 제스쳐를 취한 것도 아니다). 중요한 점은 경비원은 자신에게 왜 돈을 빌리려는지 이유까지 물어봤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유를 묻는 상대에게 대답도 하지 않은 채, 거절 당하는 것이 두려워 시도도 하지 않고 도망친 사람은 바로 그 자신이었다. 거절의 긍정적/부정적 결과가 아닌 그저 그 자체에 겁을 먹고 두려워한 것이다. 또 미래 거절의 경험을 크게 부풀려 필요 이상으로 걱정하고 과장했다. 이 경험과 인사이트로 지아장은 거절을 조금 더 편안하게 대할 수 있게 되었다. 거절하는 사람이 자신을 잡아 먹거나 거절당한 자신을 주변인들이 조롱하거나 놀리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이다. 거절이 조금 편해진 어느 날 그는 크리스피크림도너츠에 들려 그 날의 거절 프로젝트를 실시한다.

“저기 도너츠를 포장해 갈건데요. 도너츠를 올림픽 링 모양으로 만들어 주실래요?”

오륜기로 도너츠를 만들어 달라고 하다니, 당연히 거절당할 만한 요청이었다. 하지만 그 종업원은 잘 모르겠다는 반응을 보이다가, 결국 색색깔로 시럽코팅이 된 도너츠를 서로 엮어 올림픽링 모양의 도너츠를 완성해 포장해 준다. 거절을 위해 만들 일이 거절되지 않은 결과로 되돌아온 것이다. 그의 아이폰으로 직접 촬영된 이 영상은 불과 한 달만에 100만의 조회 수를 기록했고 각종 언론의 전면기사로 다루어졌다. 또한 이 에피소드가 촬영된 크리스피크림 도너츠의 주식가치는 이 영상 이후 주당 7.23달러에서 9.32달러로 급상승했다. 무려 29%의 주가 상승이다. 그는 이 일을 계기로 각종 방송 매체의 인터뷰 요청 뿐 아니라 할리우드 리얼리티 쇼 프로듀서들의 러브콜을 받게 되었다. 사소한 시도처럼 보이지만, 지아장의 이런 프로젝트는 덕분에 그가 주인공인 TV쇼가 만들어지기에 이르렀고, 영화 제작이 결정되었고 세계 무대에서 활동하는 강연가, 작가로서의 삶을 살도록 만들어 버렸다.

절대 선택할 수 없다고 생각한 거절을 스스로 선택한 한 남자는 이 이상한 선택을 계기로 되려 세상의 선택을 받게 되었다. 거절 외에 우리가 스스로 선택할 수 없다고 생각하는 것은 또 무엇이 있을까? 그 뜻하지 않은 선택은 우리 삶을 어떤 미지의 영역으로 옮겨 놓을까? 절대 선택할 수 없다고 생각했던 것의 정반대되는 선택이 나를 정 반대의 지점으로 옮겨 놓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반응을 만들어라

잘 생각해 보면 사람들 모두가 비슷하다. 거절 자체를 두려워 해 시도조차 못하거나 거절의 결과를 미리 예상해 크게 스스로 부풀려 두려움에 떤다. 거절당하면 죽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지만 실제 그러하지 않음에도 지레짐작하는 것이다.

처음으로 돌아가, 우리의 행동은 사람들의 반응을 일으킨다. 나의 행동이 변화의 파문을 일으키는 것이다. 그것은 긍정으로, 때로는 부정으로, 어떤 경우에는 상상할 수 없는 파장으로 되돌아온다. 하지만 우리는 부정과 거절이라는 반응을 지나치게 두려워한 나머지 우리를 설레이게 할 반응을 만날 기회를 스스로 회피하곤 한다. 우리는 어떤 시도와 도전보다 그것이 만들어낼 실패에 더 염려를 한다. 하지만 시도하기 전에는 내가 접한 지점의 실체를 알 수 없다. 비록 한번의 시도는 그저 장님이 코끼리의 다리를 일부 만지는 것에 지나지 않을 수 있지만 그 시도가 코끼리라는 실체를 느끼게 하고 점차적으로 그 구조의 실체로 다가갈 수 있게 만들어 주는 것이다.

다음의 두 가지 중 어떤 선택을 내릴지는 당신의 몫이다.
거절당하는 고통에 맞서며 두려움에 위축될 것인가?
과감하게 부탁할 용기를 내는 도전을 할 것인가?

사실 이 두 가지는 같은 ‘거절’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초점을 어디에 둘지는 전혀 다른 선택이다.절대 선택 불가능하다고 생각되는 것을 선택해 보면 어떨까? 당신이 오늘 만들어낼 행동의 초이스를 기대해 본다.

Julie Lee

Julie Lee

유니크굿컴퍼니 대표. 선택전문가. 작가. 지난 10년간 매일 수백만의 선택을 받는 국내 최대의 유통 기업, 신세계 그룹에서 일하며 선택을 만드는 요인들을 분석하고 기업 전략과 교육을 수립하는 과업을 수행했다. 미국의 저명 경제학자이자 비교속성이론의 대가 라비 다르 교수와 스티븐 J. 셔먼 교수의 비교 속성 이론 외 연구들을 바탕으로 선택은 유니크굿에서만 일어난다는 관점으로 연결 과잉, 정보 과잉, 선택 과잉의 시대의 새로운 선택을 제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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