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블로프(Ivan Petrovich Pavlov)의 조건 반사 실험은 모르는 사람이 별로 없을 것입니다. 개에게 종소리를 들려주고 음식을 주는 실험을 반복하면, 나중에는 종 소리만 들어도 침샘이 분비된다는 사실을 밝혀낸 실험이었죠. 이 실험을 조금 더 정확히 말씀드리면, ‘특정 반응을 이끌어내지 못하는 조건 자극(Conditioned Stimulus)이 무조건 자극(UnConditioned Stimulus)과 연합하면 무조건 반응(UnConditoned Response)을 이끌어낼 수 있다’랍니다. 조금 어렵죠? 예를 들어 설명 드리겠습니다.

생후 2,3년의 아기 앞에 바퀴벌레가 기어가거나 무서운 뱀이 혀를 낼름낼름 거리며 앞에 나타났다고 가정해 봅니다. 그러면 아이는 그게 뭔지를 모릅니다. 뱀이 무서운지도, 바퀴벌레가 혐오스러운 것인지도 전혀 알지 못합니다. 반면에 아이에게 갑자기 큰 소리를 버럭 지르면 아이는 깜짝 놀라며 공포 반응을 보입니다. 채벌도 마찬가지입니다. 전자를 조건 자극, 후자를 무조건자극이라고 합니다. 즉, 바퀴벌레와 뱀처럼 경험하고 학습한 뒤에야 일어날 수 있는 반응이 조건 자극이고 학습하지 않아도 즉각 반응을 보이는 자극이 무조건 자극입니다.

무조건 자극: 학습으로 ‘자동 반응’을 일으키다

파블로프의 실험은 바로 이 무조건 반응이 조건 반응에 영향을 준다는 것입니다. 개에게 아무리 따르릉 종소리를 울려도 개는 침을 흘리지 않습니다. 그러나, 개에게 먹을 것과 종소리를 함께 들려주면, 먹는 것에 관한 것은 무조건 반응이기 때문에 (생존과 관련 있는 것이니까요) 조건 반응이었던 종소리와 관련이 있다고 단정을 짓게 되는 것입니다. 그래서 조건 반응이었던 종소리는 무조건 반응에 의한 연관성이 지어진 후에는 종소리만 들려도 침을 흘리는 반응을 보이는 것입니다. 이것이 ‘파블로프의 조건화 실험’이며, 익히 우리가 아는 조건반사 실험이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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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www.northern.ac.uk/NCMaterials/psychology/lifespan%20folder/Learningtheories.htm

만약 종소리를 울릴 때, 다른 조건 반응을 추가하면 어떨까요? 종소리를 울리는 것과 동시에 파란 불빛을 함께 보여주면 말입니다. 개는 파란 불빛에도 반응을 보일까요? 네, 그렇습니다. 종소리의 시청각적인 자극보다는 약하지만 함께 제공되는 조건 자극에도 개는 결국 침을 흘리는 반응을 보인답니다. 파란 불빛만 보여줘도 침을 흘리는거죠. 이것을 이차적 조건화 실험(Second-order Conditioning)이라고 합니다. 무조건 반응에 함께 더하는 이런 조건 반응의 갯수에 따라 2차, 3차… N차 조건화 요인이라고 하죠. 허나, 3차를 넘어가면 왠만해서는 반응이 일어나지 않는다고 합니다.

http://www.cartoonstock.com/directory/p/pavlov_s_dogs_gifts.asp

 

소거현상: 무조건 반응의 삭제

반면에 이런 상태에서 종소리를 들려주어도 음식을 제공하지 않을 경우, 일정 기간과 횟수가 넘어가면 개는 다시 종 소리에도 침을 흘리지 않는다고 합니다. 이런 현상을 ‘소거(Extinction)현상이라고 합니다. 그러나 소거 현상에서 흥미로운 점은 소거가 일어났다고 해서 우리의 잠재의식에서 완전히 해당 정보가 사라진 것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의식하고 있지 않는 순간에 갑자기 다시 조건 반응(예:종소리)을 제시하면 개는 다시 침을 흘리기도 한답니다. 이것은 또 자발적 회복(Spontaneous Recovery)이라고 합니다.

파블로프의 조건화 실험은 우리 인간 사회의 교육 시스템에도 대단히 영향을 미쳤는데요, 왜냐하면 어떤 형태로든 우리가 학습한 내용(자극들)들은 서로가 서로에게 영향을 미치면서 연쇄 반응이 일어날 것이고, 한번 학습한 내용들은 어떤 형태로든 영속적으로 기억이 될 것이기 때문에, 단기적으로 특정 정보를 떠올리지 못한다 하더라도 여러가지 조건 자극에 의해 다시 활성화가 일어나 기억할 수도 있게 되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암기식 주입 교육을 죽어라 받는 근거를 제공하기도 한다는 슬픈 전설이 구전되고 있죠(그런 경향이 있다는거지 한번 배우면 척척척 잘한다는 것으로 연관짓기에는 무리가 있습니다만). 아무튼 이런 반응은 생명이 생존하기 위한 하나의 적응 방법일 것입니다.

 

비일관성 실험: 파블로프의 알려지지 않은 또다른 연구

지금까지 파블로프의 실험 얘기를 한참 했는데요, 사실 실험 얘기를 꺼낸 이유가 있습니다. 파블로프가 수행했던 일련의 조건반사 실험들 중에는 우리가 익히 아는 위의 실험들 외에도 몇가지가 더 있답니다. 그 중에서 대단히 의미심장한 실험이 하나가 있으니 바로 ‘일관성’ 실험입니다. 마침 작가 알렝드 보통이 저서 ‘우리는 사랑일까’에서 이 현상을 잘 기술하고 있습니다.

위대한 러시아 심리학자 파블로프는 덜 알려진 실험을 통해, 반응하도록 훈련하던 신호에 충분한 혼란을 주면 개가 몸을 떨고 대소변을 보면서 신경증 상태에 빠질 수 있음을 밝혔다. 종을 울리고 먹이를 주다가 갑자기 종을 울리고 빈 접시를 주면, 개는 몇 번 같은 경험을 한 끝에 빈 접시에 익숙해 질 수 있었다. 하지만 종이 울리고 나서 때로는 먹이가 나오고 때로는 안 나오는 식으로 불규칙하게 진행되면, 개는 이제 어떻게 생각해야 좋을지 알 수 없게 되고, 음식과 빈 접시의 연관성을 파악할 수 없어 혼란에 빠진다. 종소리가 때로는 이것을 의미하다가 때로는 다른 것을 의미하면 (늘 예상했던 것과 반대로 되지만) 개는 천천히 광견 상태에 빠져들었다. – 우리는 사랑일까 – 예측 가능성 p.161

다시 설명드리면, 개가 무조건 반응과 조건 반응 사이의 일관성을 찾는데 실패하게 되면 이 놈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지 몰라 혼란에 빠진다는 내용입니다. 애초에 두 자극 사이의 관련성이 없다고 생각했을 때는 종소리나 기타 조건 자극들은 그냥 무시하게 되지만, 두 자극이 관련이 있다고 생각했는데 아.. 아닌가? 아닌가 싶었는데.. 아 그런가? … 하고 헷갈리게 되는거죠. 이 실험이 의미하는 바는 대단히 의미심장하죠. 왜 이 실험이 덜 알려지게 되었는지 의아할 정도인데요, 아마도 원 실험이 가지는 의미가 워낙 크다보니 상대적으로 마이너한 것들이 가려진게 아닐까 싶기도 합니다.

이 실험에 대한 보다 자세한 정보는 아래의 링크를 참조하시기 바랍니다.

Humans trained to hunger like Pavlov’s dogs:
http://www.newscientist.com/article/dn4083-humans-trained-to-hunger-like-pavlovs-dogs.html

 

이 현상이 개의 실험에서만 발견되는 일일까요? 문제는 우리의 일상에서 흔히 발생하고 있는 일이라는 점입니다. 많은 이들이 삶을 살아가며 스스로의 판단에 혼란을 일으키는 경우를 자주 경험합니다. 어떤 상황의 판단 기준은 나에 의해서가 아니라 상대방의 감정 상태에 따라서 순식간에 뒤집히는 겁니다. 그럴수록 우리는 점점 당혹감과 자신감을 잃어가죠. 그리고 마음 한 구석 도저히 옮길 수 없을만큼의 바위를 얹어놓고 사는 기분에 사로잡히고 맙니다. 그 상대는 다양하죠. 직장 선배나 상사, 학교의 선생님과 교수로부터, 나의 가족. 나의 사랑하는 사람…

평소에는 정말 사람이 좋은데 술만 마시면 180도 달라지는 사람들, 보통때는 더없이 친절하고 나를 챙겨주고 배려해 주던 사람인데 힘들거나 기분 상태가 나빠지면 순식간에 입장을 바꿔 나를 궁지로 모는 사람들. 약속한 바들을 계속해서 뒤집는 사람들, 그리고 또 다음 부터는 잘 하겠다고 약속이나 맹세를 연발하는 사람들, 내가 무엇을 해도 문제점을 찾아내는 사람들.

파블로프의 일관성 실험을 굳이 인용하지 않더라도 우리는 내가 하는 생각이나 행동에 혼란을 느끼지 않는 것, 내가 속한 환경의 일관성을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생각보다 우리의 정서적 안정에 굉장히 중요하니까요.

일관성을 무너뜨리는 환경, 또는 그런 사람들 속에 있으면 어떤 사람을 막론하고 혼란을 경험할 수 밖에 없습니다. 특히나 이런 행동들에 폭력이 더해지면 한 개인의 인격이나 정신정 안정감은 완전히 부서지고 맙니다. 그리고 충분히 정서적 발달이 이루어지지 않은 나이일 때는 사이코패스를 탄생시키는 엄청난 비극의 원인이 됩니다. 특히 발달 단계의 아동에게는 치명적인 영향을 줄 수 있을 뿐더러 이는 사회에도 그대로 미치는 파장일 것입니다. 이제는 국회의원으로 활약하고 계신 표창원 교수의 강연도 시청해 보기 바랍니다.

 

솔루션: 심각해 지지 말지어다, 나를 다른 환경에 보내라

사실 우리 자신도 일관성을 자주 깨뜨리곤 합니다. 우리가 인관 관계를 하면서 알게 모르게 상대방의 기분이나 입장을 고려하지 못하고 우리 기분에 따라 우리가 취했던 입장이나 선택을 뒤집는 경우도 많고, 또 반대로 상대방에 의해서 그런 경우도 많은 것 같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기억했으면 하는 것은, 나를 혼란스럽게 만드는 상황을 만난다 하더라도 그것이 상대방의 판단에 의한 것이라는 생각을 견지하는 것입니다. 물론 쉽지 않죠 그 환경에 있으면.

그래서 본인이 감당하기 어려울 때는 얼른 그 공간에서 벗어나 바람을 쐬거나 의지가 될 수 있는 사람을 만나거나, 아니면 다른 환경에 자신을 두는 것이 필요합니다. 스스로를 정화할 수 있는 어떤 행동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심각해지지 말아야 합니다. 인생 뭐 별거 있습니까? 오버하네.. 와 같이 여러분에게 주어지는 자극을 가끔은 시니컬하다 싶을 정도로 나로부터 거리감을 두게 만들어야 합니다.

또한 나 역시 그런 영향을 미치는 사람일 수도 있다는 점을 상기해 봅시다. 무언가 감정적으로 부정 반응이 일어날 때, 격정적인 분노가 치밀어 오를 때는 자신도 모르게 심한 말을 하고 부정적인 행동을 일으켜 버립니다. 그러고서는 후회를 하기를 반복하죠. 우리는 모두 불안정한 존재이니 생각처럼 마음을 다스리기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마음이 ‘화’에 씌여 있구나 싶을 때에는 ‘의식하는 상태’로 돌아와야 함을 가급적 떠올립시다. 감정을 인식하는 순간 뭘 해야 하지 어떻게 해야 하지로 내려올 수가 있습니다. 지금 내 생각을 글로 써 보거나, 스스로에게 거는 대화로 혼잣말을 해 보세요. 또는 혼자 바깥 공기를 쐬며 한참을 걸어 보세요. 그것도 좀 쉽지 않다면, 유니크굿 지브라 프로젝트의 10가지 습관을 찾아서 할 수 있는 것부터 해 보세요. 당장은 벗어나올 수 없다 하더라도 가만히 두는 것보다는 훨씬 일관성 상태로 되돌아 올 수 있을 것입니다.

거듭 말씀드리지만, 우리는 모두 불안정합니다. 하지만 그 속에서 스스로를 괴롭히거나 무조건 반응으로 무기력하게 스스로를 방치하기 보다는 의식하는 상태로 자신이 놓일 수 있도록 배려해 주어야 합니다.

자신감은 나의 의식이 현재 이 순간에 머물게 하는 것입니다. 지나가 버린 불편한 기억을 소환하고 아직 다가오지 않은 미래 최악의 시나리오를 그리지 않고, 오직 지금의 상황에서 나를 의식하는 상태.

오늘도 의식하는 하루 되시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stor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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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크리에이터, 기술사상가. 모험가, 리얼월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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