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와 연애

연애의 정석은 서로가 함께 보내고자 하는 ‘시간의 경험’일 것이다. 다짜고짜 스킨십부터 드리대지 말고 차근차근 시작해야 한다. 함께 시간을 보내야 손 잡는 것을 시작해서 어깨도 넘봤다가 꼬옥 내 품에 안아볼 수도 있는 것이다. 서서 안았다가 앉아서 안았다가 결국 누워서도 안아보게 될 것이다. 그러니 초반에 키스부터 하려고 애쓰지 말고 천천히 그녀의 시간 속으로 들어가야 한다. 상대를 잡고 싶을수록 그녀가 매력적일수록 누구나 마음이 급해지기 마련이지만 그런 서툰 방법으로는 안 된다. 조급하게 굴어서는 사랑하는 사람의 마음을 얻을 수가 없다.

갖고 싶다.
놓치기 싫다.
남에게 빼앗기는 것은 상상할 수 없다.
무조건 그냥 내 거 하고 싶다.

그렇게 마음이 조급해지니 성급하게 키스부터 들이댄다. 하지만 이런 성급함은 십중팔구 퇴짜다. 날카로운 뺨이 한 대 날아올지도 모르겠다. 괴씸한 마음에 상대는 다른 이의 품으로 도망갈지도 모른다. 성급함에 사랑을 놓쳤다. 시퍼렇게 눈 뜨고 내 눈 앞에서 그녀를 다른 남자에게 빼앗겼다. 후회해도 이미 늦었다. 그녀는 가 버렸다. 그녀와 함께 머무를 시간의 기억을 만들지 않은 채 조급하게 굴었기 때문이다. 그 단계를 너무 쉽게 무시해 버렸다.

거쳐야하는 단계라는 것이 있다.
보내야 하는 시간이라는 것이 있다.

남녀간의 연애 이야기로 들리는가? 이것은 최근 기업과 고객 사이의 일이다. 고객과 기업 사이에는 보내야 하는 시간이라는 것이 있다. 시간을 쉐어하지 않으면 사랑하는 고객의 마음을 얻을 수가 없기 때문이다.

관계의 시작은 Time Share.

최근 기업의 화두는
어떻게 고객의 시간을
함께 나누어 쓸 것인가 이다

기업의 경쟁상대는 다른 기업이 아니다. 기업들은 많은 돈을 들여서라도 사람들의 시간을 사고 싶다. 머무르는 만큼, 그 공간 안에서 고객의 선택을 부를 수 있기 때문이다. 선택할 것이 너무나도 많아진 지금 고객들의 시간을 사는 것은 가장 큰 자원이기 때문이다. 고객이 그들의 시간을 보내는 것. 그것이 장소건 사람이건 물건이건 그것이 이제 기업의 경쟁상대가 되었다. 고객의 시간을 쉐어하지 않으면 기업은 위기를 맞이 할 수 밖에 없는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돈을 들여 고객의 시간을 사는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Time Share속에서 Life Motif 가 생겨난다.

라이프 모티프란 사랑하는 사람 사이의 특별한 기억을 말한다. 아무도 모르는 두 사람만의 경험으로 인해 두 사람만이 통하는 은어들, 두 사람만의 비밀들이 우리의 삶에서 채워져 가는 것이다. 그런 것들이 공유되는 수가 많아질수록, 그리고 그 농도가 짙을수록… 수많은 역경에도 두 사람 사이를 붙잡아두는 동인이 된다. 흔히 첫사랑의 아련함을 오랫동안 간직하는 경우도 라이프모티프 때문이다. 라이프모티프는 무의식적인 선택을 일으킨다. 심심할 때, 뭔가 하고 싶지만 특별한 거리가 없을 때면 자동적으로 생각나는 그 무엇이다. 우리 거기 갈까? 늘 가던데. 왜냐하면 그곳에 가면 그들이 즐겁게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그 무엇인가가 있기 때문이다. 만약 시간을 보낼 그곳에서 나눌 공동의 경험이 없다면 그 장소는 이내 선택에서 제외될 것이다.

Life Share 시간을 나누며 경험하는 것

사람들이 함께 경험을 만들며 시간을 공유하는 것을 라이프셰어라고 말한다. 마땅히 보내야 하는 시간과 경험 그리고 기억이다. 때문에 이것을 놓친다는 것은 추억속의 남자처럼 점점 고객의 기억 속에서 사라져 간다는 말이기도 하다. 사람들은 수 많은 광고와 마케팅 메세지 속에 살고 있다. 게다가 그들의 손에는 언제든지 흥미로운 경험을 제공할 수 있는 다양한 정보들이 대기중이다. 기업들이 예전처럼 그들의 지갑을 일순간 노리는 노력만으로는 까칠한 연애상대에게 거절당하듯이 퇴짜맞기 십상이다. 고객의 마음을 얻는 것과 사랑하는 사람의 마음을 얻는 것은 그리 다르지 않다.

 

개인적 영향력 이론 (Watts and Dodds 2007)

그런데 왜 지금 라이프셰어를 이야기해야 하는 것일까? 콜롬비아 대학의 와츠 교수는 2007년 개인적 영향력 이론이라는 논문으로 정보의 전파 구조가 완전히 달라졌음을 밝혀냈다. 핵심은 정보의 영향력과 전파력이 이제 일반 개인들로 완전히 이전되었음을 선언하는 것이다. 대신 오피니언 리더의 영향력은 ‘특정할 수 없다’라는 것이다. 참고로 개인 영향력 이론의 핵심은 다음 세가지로 규정된다.

▪ 정보의 전파는 단방향이 아니라 양방향 소통이다.

▪ 오피니언 리더를 특정할 수 없다. 대신 ‘우연히’ 된다라고 말해야 한다.

▪ 정보/메세지 파급은 개인들의 다양한 일련의 대화속에서 일어나며 사회연결망 관점에서 해석해야 한다.

개인적 영향력 이론 (Watts and Dodds 2007)

다시 이론을 쉽게 말하면 네트워크에서 빠른 속도로 전염이 되며 화제가 되는 사안들은 ‘오피니언 리더’가 아니라 ‘생각치도 못한’ 누구나에 의해서 일어날 수 있다는 점이다. 특정 화제들은 대부분 예상치 못한 사람들의 특정 지점에서 갑자기 일어난다는 것이다.  이따금씩 ‘성지’가 되는 소식을 찾아가면 상당수가 유명인이나 매스미디어의 소식이 아니라 생각치 못한 아무런 누군가가 소개하는 이야기인 경우를 자주 접하게 된다는 것이다. 즉, 일상의 사람들이 일상의 공간과 일상의 어느 지점에서 서로 자신들의 관계망에 있는 이들끼리의 대화가 퍼져나간다는 것이다. 매스미디어의 정보들이 퍼져나가는 것도 오피니언 리더가 아니다. 즉, 오피니언 리더들도 그저 일반 개인들의 영향력과 크게 다르지 않다.

 

신세계 정용진 부회장 “신세계는 라이프셰어 기업이 되어야”

2016년 정용진 부회장은 사내 신년사에서 “신세계는 마켓 셰어가 아니라 소비자의 일상을 점유하는 라이프 셰어를 높이는 데 유통업의 미래가 달렸다”고 말했다. 그 이유로 선택할게 너무나도 많은 선택과잉의 시대, 어딜 가나 똑같은 제품을 살 수 있는 단순한 방식으로는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기 어렵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대신 제품이 아니라 그들의 시간을 점유하는 라이프 브랜드가 되어야겠다는 판단을 내린 것이다.

 

내가 아니라 그들의 관심에 주목하라

라이프셰어의 관점에서 이제 기업이 주목할 것은 – 어찌보면 너무 당연한 생각이지만 – 고객들이 어떻게 하면 기업을 사랑하고 좋아해 줄 무언가를 제공할까의 방점이 아니라, 고객들끼리 함께 시간을 소비하며 경험을 향유하고, 그것을 자신들의 관심 네트워크(SNS등)에 확산시킬 수 있을까를 고민하는 일이다. 고객들 스스로가 ‘우리들은 여기서 특별한 경험을 보내고 있지’라며 알리고 싶은 무엇인가를 말이다. 시간을 붙잡아두는데 성공하였다 하더라도 그들이 다시금 향유하고자 하는 것은 무엇일까를 계속해서 자문해야 한다. 최고의 마케팅은 고객의 바이럴이다. 그들의 시간과 삶이 곧 최고의 마케팅이다. 이제 투자대비수익률(ROI)보다 투자대비커뮤니티(ROC)이 새로운 척도가 되어야 한다.

 

Case Study: 교보문고

최근 교보문고의 리뉴얼은 Time Share의 부분에서 꽤나 인상적이다. 이슈를 만들었고, 많은 사람들의 시간이 그곳에서 소비되고 있다. 출판 유통업이 사양세라고 하지만 고객의 시공간을 장악하기에 유리한 대형 서점들의 신규입점수가 빠르게 늘고 있는 점은 이를 반증한다.

참고 기사: 책 읽는 이 줄어든다는데 왜 서점은 늘어날까

최근 교보문고 광화문점은 5만년 된 뉴질랜드산 카우리 소나무로 만든 가로 11.5m, 세로 1.5~1.8m에 무게 1.6t의 테이블 2개를 매장 중심부에 가져다 놓았다. 이 리뉴얼의 목적은 ‘오고 싶고 머무르고 싶은 서점’이었다. 인류의 조상 호모 사피엔스가 출연했던 동시대의 나무로 현대 고객들의 시간을 사고자 하는 노력이다. 상당한 공사비를 쓰고 귀한 진열공간을 줄여서 만든 공간으로 재탄생시켰다.

조명도 자연광으로 곳곳의 화초와 서점 낮아진 서가가 눈에 띄게 달라진 교보문고의 모습이다. 타임 셰어의 관점에서는 훌륭하다. 다만, 책을 읽는 경험은 개인적인 경험에 국한된 것으로 라이프셰어의 관점에서의 전략은 불분명해 보인다.

Case Study 2: 츠타야 서점

2박 3일 짧은 일정 속에서도 구지 찾아 들린 일본의 츠타야 서점은 사람들의 시간을 셰어하고 있었다. 기꺼이 이 곳에서 사람들은 자신들의 시간을 팔았다. 이 곳에서의 시간이 더욱 소중한 나 같은 외국인 마저 기꺼이 내 시간을 내어 그곳을 경험했다. 2층의 거대한 레스토랑 바는 책과 어울릴 것이라고 단 한 번도 생각치 못한 곳이었다. 다양한 잡지들 고급 레스토랑을 연상시키는 조명과 음악들까지 소나무 그 이상의 것들이 있었다. 레스토랑에서 식사를 하고 있는 동안에도 이 지적인 황홀감이 만들어주는 편안함과 세련됨은 책을 보지 않더라도 다음에도 꼭 와야겠다 생각을 일으키고, 식사 후에도 독특한 큐레이션의 책과 음반 매장 투어에 시간 가는줄 몰랐다.


일본 츠타야 서점

책맥(책+맥주), 책와(책+와인). 이 조합이 이렇게도 멋지게 어울릴 수 있구나 싶었다.  한편으로 교보문고의 다음 행보는 책맥과 책와가 아닐까? 시간을 넘어선 라이프의 터치라는 생각이 일어났다.

 

Case Study 3: 이마트 일렉트로마트

최근 이마트 트레이더스와 스타필드에 랜드마크가 되는 일렉트로마트. 가전매장에 위치한 이국적인 모습의 일렉트로바(Bar) 남자들의 마음을 두근거리게 하기에 충분했다.남자들의 놀이터에는 그래 맥주가 있어야지.

여자인 나도 이 곳을 지나칠 수 없다. 여성의 머스트 아이템 역시 가득하다. 일렉트로마트는 처음부터 물건을 팔고자 하지 않는다. 전시중인 안마기에 들러붙어 온몸을 마사지 하고 있어도 다가와 눈치를 주는 따위의 행동은 하지 않는다. 되려 아… 이거 집에 하나 장만할까 편안한 나른함 속에 일어나는 생각이다. 다시 와야지하면서. 자주 오고 시간을 보내고 그렇게 삶의 일부를 내어주다 보면 필요한 물건도 사게 된다. 마치 사랑하는 연인의 마음을 사는 것처럼 말이다. 다짜고짜 싸요, 세일해요, 그러니 내 물건 사요는 무작정 키스부터 들이대 싸대기를 불러오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삼성 디지털 플라자와 엘지의 베스트 샵은 이제 어쩔 것인가? 여전히 이 두 곳은 제품을 팔고 있고, 이마트가 운영하는 일렉트로마트는 고객들과 타임과 라이프를 셰어하고 있었다. 머지 않아 가시적인 어떤 결과가 예측되는 지점이다.

 

Case Study 4: 스타벅스

스타벅스의 꾸준한 성장도 고객과의 Time Share와 관련이 깊다. 유독 버스를 타고서라도 구지 구지 찾아서 가는 단 하나의 카페는 스타벅스이다. 아무리 꽁꽁 숨겨놔도 사람들은 커다란 녹색별을 찾아 나선다. 이것은 전세계 공통의 현상이다. 도무지 왜 외국에서 스타벅스를 보면 반갑단 말인가? 구지 사람들은 왜 구글지도를 켜서 그 녹색 별을 찾아나서는가?

잘 생각해 보자.

오늘 이상하게 우유가 충분하지 않은 것 같네요
제가 매번 그란데 라떼를 마시는데 오늘 맛이 다른 것 같아요

라며 컵을 내밀어도 싫은 티 없이 다시 새 커피를 만들어 주는 거의 유일한 거대 커피 전문점은 스타벅스다. 그리고 잘 관찰해보면 거대 커피 체인중 웃으며 주문을 받고 인사를 하는 곳은 스타벅스가 거의 유일하다. 오래 앉아있다고 눈치를 주기는 커녕, 때때로 새로운 커피를 맛보라며 시음까지 권한다.  (내일부터 비교 관찰해 보시길)

타임 셰어의 관점에서 스타벅스의 비밀을 알고 있는가? 스마트폰이 급격히 증가하던 시기 스타벅스는 매장을 리뉴얼했다. 인테리어가 핵심이 아니다. 핸드폰 충전과 노트북 사용이 편리하게 테이블 곳곳에 콘센트를 설치한 것이다. 얼핏 생각하면 커피 한 잔을 시켜놓고 오랫동안 앉아있는 고객은 매출에 악영향을 미칠것 같지만 노트북을 켜놓고 커피를 즐기는 수 많은 사람들을 스타벅스의 매니아층으로 흡수할 수 있었다. 이를 반증하듯 스타벅스의 무료 인터넷 서비스는 KT와 제휴해서 고속 데이터 전송의 품질을 보장한다. 아마 여느 커피숍을 이용했을 때, 사람들이 조금만 많으면 인터넷이 제대로 되지 않아 와이파이를 끄고 모바일 네트워크를 사용했던 경험을 쉽게 떠올릴 것이다. 이것이 주춤하던 스타벅스를 다시 최고의 커피 전문점으로 일으켰던 숨은 비밀이다.

글: 이은영 작가

Julie Lee

Julie Lee

유니크굿컴퍼니 대표. 선택전문가. 작가. 지난 10년간 매일 수백만의 선택을 받는 국내 최대의 유통 기업, 신세계 그룹에서 일하며 선택을 만드는 요인들을 분석하고 기업 전략과 교육을 수립하는 과업을 수행했다. 미국의 저명 경제학자이자 비교속성이론의 대가 라비 다르 교수와 스티븐 J. 셔먼 교수의 비교 속성 이론 외 연구들을 바탕으로 선택은 유니크굿에서만 일어난다는 관점으로 연결 과잉, 정보 과잉, 선택 과잉의 시대의 새로운 선택을 제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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