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럼버스의 달걀 – 알고 나면 당연하지만 그 전에는…

1492년 신대륙을 발견한 콜럼버스의 성과를 축하하는 잔치가 열렸다. 3척의 큰 배를 이끌고 선원들의 저항과 동요를 설득하고, 항해 도중 아내까지 세상을 떠나며 언제 끝날지도 모를 미지의 지점을 향해 떠난 여정은 마침내 바하마 군도의 한 섬에 도착하며 역사적인 순간을 맞게 된다. 그 크기를 짐작도 할 수 없는 어마어마한 크기의 아메리카 대륙을 찾아낸 것은 유럽은 물론 세계사의 흐름을 바꾸는데에 큰 영향을 미친 일일 것이다. 후원자는 물론 콜럼버스 개인의 명예와 경제적 이득 역시 말할 필요가 없을 정도였다. 때문에 성대한 축하 파티가 개최되었고 사람들은 콜럼버스를 만나기 위해 몰려들었다.

 
그러나 오피니언 리너와 권위자들 일부는 그의 발견을 아주 냉정하게 평가했다.
 
“누구나 해류를 따라 배를 타고 서쪽으로 가기만 하면 찾을 수 있는 일을 뭐 그렇게 대단하다고 말하는가”
 
훗날 프랑스 작가 앙드레 모로와도 아메리카 대륙의 발견이 ‘그의 발에 우연히 차였다’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여러면에서 콜럼버스의 발견은 하늘이 준 행운이라는 측면도 부정할 수는 없었다. 한편 현장의 분위기가 갑자기 냉랭해지자 콜럼버스는 그를 쳐다보다가 뜻밖의 제안을 한다.
 
“당신들, 이 달걀을 세울 수 있소? 나는 할 수 있소만… ”
 
사람들은 말도 안된다며 세울 수 없음을 인정한다. 그랬더니 콜럼버스는 달걀의 한쪽을 깨뜨리고서는 바닥으로 두고 세운다. 당연히 이렇게 하면 어렵지 않게 세울 수 있었을 것이다. 이 상황에서 콜럼버스는 의미있는 말을 던진다.
 
“이처럼 알고 나면 간단한 일이오. 하지만 그 전에는 아무도 그렇게 할 생각을 하지 않았지 않소.”
 
알고 나면 너무 당연한 일이지만, 알기 전에는 엄두도 내지 못했던 지점. 정말이지 모진 고생을 겪어서였을까, 콜럼버스의 이 말은 참으로 혜안을 가진 자의 표현이 아닐 수 없었다.
 

 

그런데, 달걀은 정말 세울 수 없는걸까?

 
콜럼버스가 했던 것처럼 계란의 한쪽면을 깨지 않는다면, 과연 이 계란은 세울 수 없는 걸까? 마음 속으로 잠깐 생각해 보기 바란다. 세울 수 있을까? 없을까? 아마도 아무런 도구나 상황의 도움 없이는 세우기 어렵다고 생각할 것이다. 옆으로 눞히는 형태라고 말하거나 (원래 그렇게 넘어져 있을테니) 빠르게 회전시키면 잠깐 서지 않을까 하기도 할테다. 또는 바닥을 모래처럼 되어 있거나 구멍이 있어서 계란이 설 수 있도록 하면 가능하겠다 정도까지도 생각할 것이다. 하지만, 아무런 도구의 도움 없이, 그저 평평한 바닥에 아무 계란이나 세우라고 한다면 가능할까? 생계란 뿐만 아니라 맥반석 계란이든 계란의 종류는 상관없다고 가정하자.
 

계란은 세울 수 있다. 그것도 아주 짧은 시간에

 

 
필자가 직접 세운 계란이다. 여러분도 해 보길 바란다. 거의 예외가 없는 이상, 7분 안에 반드시 세울 수 있다. 호흡을 가다듬고 두 손으로 집중해서 계란을 세워보기 바란다. 호기심이 일어나는 지금, 바로 냉장고에 가서 계란을 꺼내와서 실험해 보라. 10초 20초 세워보려고 하지만 계속 넘어지더라도 인내심을 갖고 시도해 봐라. 거짓말처럼 계란이 서 있는 순간을 만날 것이고, 본인 스스로 해냈음에도 믿어지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계란은 선다! 라는 사실을 주변에 알려주고 싶어서 근질근질할 것이고 사진과 동영상을 이미 촬영하고 있을 것이다. 그리고, 주변의 자녀나 아이들에게 보여주는 즉시 여러분은 영웅이 될 것이고, 사람들에 역시 당황하는 모습에 의기양양해 있는 자신을 발견할 것이다. 각종 교육으로 계란 세우기를 주문하면, 항상 강의장은 아수라장이 된다. 처음엔 심드렁하게 에이 이런게 되냐 하던 사람들이 이내 된다! 하고 환호성을 지르는 사람들의 열광에 나도 해 봐야지 하며 다시금 매달리게 되고, 이내 사람들은 뛰어다니며 아직 성공하지 못한 사람을 응원한다.
 

계란 세우기에 작용되는 힘은 하나가 아니다.

 
계란을 세울 때, 우리는 좌우 균형을 맞추는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계란에 작용하는 또 다른 지점이 존재한다. 첫째 바로 중력이다. 보이지 않는 손이 하나 더 있는 것이다. 그리고 계란 표면은 매끈해 보이지만 실상 상당히 불균형의 연속이다. 즉, 미시의 관점에서 들여다보면 계란의 균형을 맞출 수 있는 많은 지점이 존재하는 것이다. 금고의 로터리식 자물쇠를 돌려가며 암호키의 지점에 도달하듯, 달걀의 표면과 바닥과 중력과 균형이 맞는 지점을 침착하게 호흡하며 접근하면 길지 않은 시간에 맞추게 된다.
 

선입견은 여전히 우리를 사로잡고 있다.

 
사실 계란 세우기(Egg Balancing) 는 중국과 미국에선 오래전부터 전해내려온 전통 놀이임에도 우리는 잘 알지 못한다. 콜럼버스의 달걀에 비견되는 이 실험은 500년이 지난 지금에도 새로울 것이다.500년 동안 우리는 수많은 새로운 상식과 지혜들을 축적해 왔지만 여전히 우리는 그때에 비해 크게 다르지 않은지도 모른다. 우리는 얼마 알지 못하는 것으로 미지의 세상을 해석한다. 해 보지 않았고 생각해 본 적도 없음에도 미지의 것을 쉽게 평가한다. 콜럼버스가 말한 것처럼 알고 나면 너무나도 당연한 것이지만, 알지 못하는 것으로 알지 못하는 것을 평가하고 있는 것이다.
 
혁신도 마찬가지다. 인간은 끊임없이 새로운 것에 열광하지만 이내 식상해하고 또다른 흥미로운 것을 찾는다. 반대로 말하면 세상은 계속해서 변화를 요구하고 변화가 곧 세상인 것이다. 결국 우리의 삶은 기존에 알고 있던 너머의 미지를 계속해서 찾아가는 여정의 연속이다. 더이상 새로울 것이 없다고 생각하지만 달걀 세우기처럼 이 작은 것에도 새로움이 존재하고 이해하지 못했던 또다른 진실이 존재한다. 그저 안다고 생각하고 새로울 것이 없다고 치부하는 관점과 직접 해 봄으로써 그 속에 숨겨져 있는 새로운 면을 발견하고 신대륙의 발견처럼 혁신의 노다지를 차지할 수도 있는 것이다.
 
관계 또한 그렇다. 우리는 상대에 대해서 쉽게 판단을 내리고, 그의 이야기를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실상은 전혀 그렇지 않다. 서로의 생각과 경험은 언제나 전혀 다른 지점에 존재할 수 있다. 매일 다른 관점을 형성하고, 다른 인사이트를 축적해 가고 있다. 매일의 차이는 미미해 보일지 몰라도 결국 이 세상의 존재하는 수많은 전문가와 기업들은 이전에 없던 놀라움을 창조해낸다.
 
때문에 우리가 갖고 있는 수많은 선입견들을 걷어내고, 미지의 것에 대해서 알지 못함으로서 접근을 해야 한다는 생각들을 계속해서 상기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이런 것을 바탕으로 서로 다름을 연결하고 시도하고 창발시키는 것이 중요함을 새겨야 할 것이다. 그저 작은 계란 하나를 가지고 너무 큰 이야기를 하는 것일까? 또는 이 하나로 이런 큰 생각을 들여다 볼 수 있다면 참으로 수지 맞는 멋진 일이 아닐까.

글: 송인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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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크리에이터, 기술사상가. 모험가, 리얼월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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